영토, 국민과 함께 국가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국가 권력의 대내적 최고성과 대외적 자주성 및 독립성을 의미하는 용어.
주권의 개념은 모든 통치 체계에서 어떤 개인 또는 조직체가 최종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과 그 결정을 집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절대적인 권력이 있어야 한다는 정치 이론에서 비롯되었다. 그러한 사람 또는 조직체를 주권자라고 부른다. 주권의 가장 간단한 형태의 이론은 '국가는 주권자이다'라는 동어 반복적인 표현이다. 이는 근대 초기에 국가라고 하는 개념이 주권이라고 하는 개념과 거의 동시에 사용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권위에 대해 중세로부터의 종교적 기초가 쇠퇴하면서, 국가와 주권이라는 세속적 개념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주권의 개념은 17세기 유럽에서 근대 국가의 출현 결과로 정립되었다. 중세에 왕과 황제들은 최고의 권위가 하느님과 교황에게 있음을 인정하였다. 또 권위의 정신적 원천과 세속적 원천이 구별되기도 하였다. 15세기와 16세기의 봉건주의가 사라지면서 가톨릭 교회와 신성 로마 제국과 같은 초국가적 기구의 권위가 중앙 집권적 군주의 권위로 대체되었다. 영국에서는 튜더 왕조 시기(1485~1603)에, 프랑스에서는 부르봉 왕조 시기(1589~1792)에, 스페인에서는 합스부르크 왕조 시기(1516~1700)에 이루어졌다. 이로써 최초로 세속적 통치자가 최고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게 되었으며, 이것을 주권이라는 용어로 표현하였다.
〔의미와 구분〕 주권은 절대적이고 무제한적인 권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렇게 간단한 원리에 많은 혼란과 오해, 불일치가 내포되어 있다. 절대적 권력이 무엇으로 구성되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주권은 최고의 법적 권위나 도전할 수 없는 정치 권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논란은 19세기의 헌법학자인 다이시(A.V. Dicey, 1835~1922)가 주권을 법적 주권(legal sovereignty)과 정치적 주권(political sovereignty)으로 구분한 것과 관련이 있다. 주권의 개념은 또한 대내적 주권(internal sovereignty)과 대외적 주권(external sovereignty)의 대조적인 구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법적 주권과 정치적 주권 : 법적 주권과 정치적 주권의 구별은 흔히 주권 개념의 고전적 주창자인 보댕(J. Bodin, 1530~1596)과 홉스(T. Hobbes, 1588~1679)의 저작에서 찾는다. 16세기 말 보댕은 《국가론》(The Six Books of the Commonwealth, 1576)에서, 법을 만들면서 그 자신은 그 법에 구속되지 않는 주권자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이 견해에 따르면 법은 주권자의 명령이고, 신민은 오직 이에 복종해야만 한다. 그러나 보댕은 전제적 통치를 지지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고, 주권자인 군주는 신의 의사나 자연법의 형태로 나타나는 상위법에 제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세속적 통치자의 주권은 신의 권위에 의해 뒷받침된다. 반면 홉스는 주권을 권위보다 권력이란 뜻으로 기술하였다. 그는 인간성 내에 있는 도덕적 악이라는 요소로 인해 주권자의 필요성을 설명한 아우구스티노(354~430)의 전통에 따라 그 의미를 수립하였다. 그는 《리바이어선》(Leviathan, 1651)에서 주권은 강제력의 독점이라고 정의하고, 그것이 단일한 통치자의 수중에 부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홉스는 통치 체제로 군주제를 선호하였지만,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한에서 주권자는 과점적 집단이나 또는 민주적 의회일 수도 있음을 용인하였다.
법적 주권과 정치적 주권의 구별은 권위(authority)와 권력(power)의 구별을 반영한다. 법적 주권은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권위가 국가의 법에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이것은 법적 권위란 의미로 정의되는 최고의 권력인 법률상의 주권(legal sovereignty)이다. 다시 말하면 법에 의해 정의되듯이 누군가에게 순응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에 기초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정치적 주권은 법적 권위에 따를 것에 기초하고 있지 않고, 단지 권력의 실제적 배분, 즉 사실상의 주권(factual sovereignty)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주권은 강제력을 독점하고 있어 복종을 명령하는 능력을 보유한 최고의 정치 권력의 존재를 말한다. 이 두 개념은 분석적으로는 구별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주권이 실제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논의가 성립된다.
어떤 의미에서 주권은 단순히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권리에 의한 권력의 행사를 주장하는, 즉 항상 법적 권위의 행사를 주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권의 모든 실질적인 주장은 중요한 법적 차원을 가진다. 근대 국가의 주권은 법의 우위성에 반영되어 있다. 가족, 클럽, 노동 조합, 기업 등은 권위를 행사하는 규칙을 정립할 수 있지만, 법이 규정하는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법은 그 자체 준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사회에도 법이 보편적으로 지켜지고 범죄가 전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곳은 없다. 법의 체계는 어느 곳이나 경찰, 법원, 형무소, 심지어는 교수대까지 구비한 형벌 제도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법적 권위는 다른 말로 해서 권력의 행사로 지탱된다고 할 수 있다. 명령을 집행할 능력이 결여된 채 법적 주권을 주장하는 것은 1940년 소련의 침공을 받아 독립을 잃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의 경우처럼 단지 도덕적인 호소력만 지닐 뿐이다.
정치적인 관념의 주권에도 유사한 분석이 적용된다. 모든 국가가 강제력을 독점하고 시민들이 그 강제력에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거나 적어도 제한하려 하지만, 어느 국가도 힘의 사용만으로 통치하지는 않는다. 입헌 정부와 민주 정부는 국가가 권력이 아니라 권위를 행사하고 통치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시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에서 부분적으로 그 존립의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한 명백한 예외적인 사례로 잔인한 압제 국가들, 예컨대 히틀러(A. Hitler, 1889~1945)의 나치 독일, 스탈린(J. Stalin, 1879~1953)의 소련 정권, 폴 포트(Pol Pot, 1925/1928~1998)의 캄보디아는 압제와 조작, 강제력에 의해 통치를 유지하는 정치적 형식의 주권을 성립한 사례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에서도 그 국가들이 최고의, 그리고 도전이 없다는 의미의 주권자인지는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예시한 국가들은 그들의 노골적인 테러 지배에 대해 반대와 저항이 계속되어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히틀러, 스탈린, 폴 포트와 같은 전체주의 지도자들도 자국 내에 이념적 기구를 설치하여, 자신들의 정권에 법적 권위의 형식을 부여할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대내적 주권과 대외적 주권 : 대내적 주권은 국가의 대내적 업무와 그 국가 내 최고 권력의 배치를 의미한다. 대내적 주권자는 궁극적 · 최종적 · 독립적인 권위를 보유한 정치체로서, 그 결정이 사회 내의 모든 시민, 집단, 기구에 구속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와 같은 주권이 어디에 배치되어야 하느냐를 결정하는 문제는 정치 이론의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였다. 초기의 이론가들은 주권은 단일한 사람, 군주의 수중에 부여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절대적 군주는 스스로 '주권자'라고 말하며, 18세기 프랑스의 루이 14세(1643~1715)처럼 "짐이 곧 국가이다"라고 선언하였다. 이와 같은 군주 주권론처럼 주권을 단일한 개인에게 부여하는 명백한 장점은 주권이 나눌 수 없고 최종적인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는 단일한 목소리로 표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절대적 관념의 주권으로부터 가장 명백한 이탈을 주장한 사람이 루소(J.-J. Rousseau, 1712~1778)였다. 루소는 '일반 의사'라는 관념으로 표현되는 국민 자신에게 궁극적인 권위가 부여되고 있다는 믿음에서 국민 주권을 주장하고 군주제를 거부하였다. 국민 주권론은 근대 민주주의 이론의 기초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주권은 실제상 입법부에 부여되는 경우가 생겼다. 19세기 영국의 법리학자 오스틴(J. Austin, 1790~1859)은 영국의 주권은 왕이나 국가에 부여되어 있지 않고 '의회 내의 군주'(Monarch in Parliament)에 부여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영국 헌법의 기본 원리라고 불리는 의회 주권(parliament sovereignty) 이론의 근원이다.
대외적 주권은 국제 질서 내에서 한 국가의 지위를 말하며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주권적 독립성을 지니는 것을 뜻한다. 오늘날 민주주의 시대에 대내적 주권의 진정한 소재와 원천에 대해 논란이 있더라도, 대외적 주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큰 논란이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원적 국가론과 국제법 우위론의 영향을 받아 '국가 주권의 부인론'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대외적 주권 개념은 아직도 유효하여, 국제 연합도 그 헌장에서 국제 관계의 기본 원리 중 하나로 "모든 가맹국의 주권 평등의 원칙에 기초를 둔다"라고 선언한 것은 이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 루소 ; 민주주의 ; 전체주의 ; 정치)
※ 참고문헌 J. Austin, Lectures on Jurisprudence or the Philosophy Positive Law, 4th ed., vol. 2, by Robert Campbell, London, Murray, reprinted by Bristol, Thoemmes Press, 1996/ S.I. Benn · R.S. Peters, Social Principles and the Democratic State, London, George Allen & Unwin Ltd., 1959/ J. Bentham, A Fragment on Government, edited by F.C. Montague, Oxford, Clarendon, 1951/ J. Bodin, On Sovereignty, four Chapters from The Six Books of the Commonwealth(1576), edited and translated by Julian H. Franklin,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2/ J.A. Camilleri · J. Falk, The End of Sovereignty? Aldershot, England, Edward Elgar, 1992/ A.V. Dicey, Introduction to the Study of the Law of the Constitution(1885), 10th ed., London, Macmillan Press Ltd. 1961/ J. Goldsworthy, The Sovereignty of Parliament, Oxford, Clarendon Press, 1999/ H.L.A. Hart, The Concept of Law, 2nd ed., Oxford, Clarendon Press, 1994 (오병선 역, 《법의 개념》, 아카넷, 2001)/ A. Heywood, Political Theory and Introduction, 2nd ed., London, Macmillan Press Ltd., 1999/ T. Hobbes, Leviathan(1651), With an Introduction by Herbert W. Schneider, New York, Liberal Arts, 1958/ H.J. Laski, Foundations of Sovereignty and Other Essays, 1921(김인홍 역, 《주권의 기초》, 대양서적, 1972)/ W.J. Ress, The Theory of Sovereignty Restated, Peter Laslett ed., Philosophy, Politics and Society: A Collection, Oxford, Blackwell, 1956, pp. 56~82/ D.L. Sills ed.,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The Macmillan Company & The Free Press, 1974. 〔吳炳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