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8년에 예수회 중국 선교사인 알레니(G. Aleni, 艾儒略, 1582~1649)가 저술한 한역 서학서. 알레니는 신학, 지리 등과 관련된 많은 서적들을 저술하였는데 그의 저서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조선에도 전해져 지식인들이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알레니의 저서 가운데 하나인 《척죄정규》는 1791년에 천주교 서적이 소각되었을 때 다른 서적들과 함께 불태워졌고, 1801년 신유박해(辛酉迫害) 때 한신애(韓新愛)의 집에서 두 권이 압수되었는데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아 이 책이 일찍부터 조선에 전래되어 폭넓게 읽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척죄정규》는 책이름대로 지은 죄를 씻기 위한 고해성사를 잘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제1권 〈성찰〉(省察), 제2권 상 〈통회〉(痛悔), 하 〈개과〉(改過), 제3권 〈고해〉(告解), 제4권 〈보속〉(補贖)으로 구성되었다. 제1권 〈성찰〉에서는 사람의 죄는 모두 생각과 말과 행위와 결함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는 것을 밝히면서 십계명, 죄악의 근원 일곱 가지〔七罪宗〕, 하루를 성찰하는 법, 한 달을 성찰하는 법, 한 해를 성찰하는 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2권은 상하로 나누어지는데 상은 〈통회〉에 대해, 하는 〈개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통회〉에서는 진정한 뉘우침, 온전하지 못한 죄의 뉘우침, 죄의 크고 작음, 죄의 뉘우침의 효험 등에 대해, 〈개과〉에서는 과오를 고치는 좋은 방법〔良規〕, 정결함을 지키고 음란한 것을 막음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제3권 〈고해〉에서는 세레를 받은 후에 범죄를 하면 다시 세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죄를 없애기 위해서는 해죄의 예〔解罪禮〕를 즉 사제에게 고해를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해죄의 본뜻을 먼저 밝힌 다음, 석죄(釋罪)에 대한 의문, 해죄가 이치에 맞음, 해죄의 사정과 절차, 해죄하는 예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4권 〈보속〉에서는 사람은 진정으로 자신의 죄를 통회하고, 마음으로부터 해죄를 구해야만 한다고 하였다. 그 내용으로는 먼저 죄를 보속하는 세 가지 공(功)을 말한 다음, 불쌍히 여기고 구제함 즉 자선을 통해 속죄하는 일공(一功), 재계(齋戒)하고 고심(苦心)함으로써 속죄하는 이공(二功), 하느님을 받들고 기도함으로써 속죄하는 삼공(三功)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사연구소에는 《척죄정규》의 한문본과 한글본이 소장되어 있다. 한문본은 1849년의 중간본(重刊本)과 1900년본으로, 1~4권이 한데 묶여 1책으로 되어 있다. 한글본은 필사본으로, 1 · 2권과 3 · 4권을 묶어 2책으로 된 것도 있고, 한문본과 같이 한데 묶여 1책으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 1책으로 되어 있는 한글본의 맨 뒷장에 '신ᄉᆞ년('정사년'의 오류) 1917년경 10월 책주 정가다리나'라는 표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신자들이 1917년대까지 《척죄정규》를 꾸준히 읽었음을 알 수 있다.
※ 참고문헌 《滌罪正規》/ 《가톨릭 사전》/ 裵賢淑, 〈17 · 18世紀에 傳來된 天主教 書籍〉, 《교회사 연구》 3, 한국교회사연구소, 1981/ 崔韶子, 《東西文化交流史研究》, 1987. 〔梁仁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