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자전》의 편찬은 리델 주교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당시 차쿠에 있던 블랑(G.-M.-J. Blanc, 白圭三) 신부, 리샤르(P.E. Richard, 蔡) 신부, 마르티노(A.J. Martineau, 南) 신부와 병인박해 이후 리델 주교와 함께 생활하던 최선일(崔善一, 요한) 등 한국인 신자들의 도움이 컸다. 특히 최선일의 경우는 사전 편찬 작업에 관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독자적으로 '순 한글 사전'의 편찬 작업을 준비하기도 하였다. 1876년 가을, 한국 선교를 자원한 코스트(E.J.G. Coste, 高宜善) 신부가 차쿠에 오자 리델 주교는 그에게 완성된 원고의 교정과 출판을 맡겼다. 코스트 신부는 1년 동안 교정 작업을 완료한 후, 인쇄 시설이 없는 차쿠를 떠나 1878년 일본 요코하마(橫浜)로 가서 한글 자모의 주조 작업을 하고, 1880년 레비(Lévy) 인쇄소에서 《한불자전》을 출판하였다.
《한불자전》은 서문과 본문,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한불자전의 사용을 위한 해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서문은 현대 사전의 일러두기에 해당하며, 표제어의 배열 순서 · 표제어 선정 기준 · 약호(略號) 및 한글의 제자 원리와 우수성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어 본문에는 알파벳 순으로 나열된 26,866자의 표제어가 수록되어 있는데, 배열 방식은 '한글로 된 표제어', '발음(로마자)', '한문', '뜻풀이(프랑스어)' 순서이다. 그리고 부록은 다시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부록에는 동사 변화의 예로서 당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던 'ᄒᆞ다' 동사의 활용법을 싣고 있으며, 두 번째 부록에는 도시, 강, 산 등 한국의 지명을 수록하고 있다.
《한불자전》은 외국인들, 특히 프랑스 선교사들의 한국어 학습을 위해 편찬되었다. 하지만 이 사전은 19세기 한국어의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말과 문법 연구의 선구적인 업적으로 평가되며, 이후 외국인들의 사전 편찬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한어문전》(韓語文典), 달레(C.C. Dallet, 1829~1878) 신부의 《한국 천주교회사》(Histoire de l'Église de Corée)와 함께 서구에 조선을 알리는 데 공헌하였을 뿐만 아니라, 천주교의 토착화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 참고문헌 《가톨릭 사전》/ 샤를르 달레, 안응렬 · 최석우 역주, 《韓國天主教會史》 下, 한국교회사연구소, 1980/ 《리델 문서》 I, 한국교회사연구소, 1994/ 오미나, <한불ᄌᆞ뎐 연구>, 제133회 한국 교회사연구발표회 발표문, 2002년 6월 22일. 〔方相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