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와 풍토〕 안티레바논(Anti-Lebanon) 산맥의 남쪽 끝에 위치하였으며 시리아-아프리카 대지구대가 생성될 당시에 솟아오른 산으로, 길이는 50km이며 가장 넓은 폭은 남쪽의 25km이다. 지질은 주로 쥐라기에 생성된 석회암이고, 백악기층이 일부 있다. 북동-남서 축으로 뻗었으며, 침식 작용으로 동쪽은 가파르게 경사진 반면 서쪽은 완만하여 눈과 비가 많다. 동쪽으로 다마스커스 단구와 이어지고, 남쪽에는 골란(Golan)의 현무암 고원 지대, 서쪽으로는 스닐(Senir, Hasbani) 강과 와디 알 타임(Wadi al-Taym)으로 이어진다. 북쪽에는 안티레바논 산맥과 헤르몬 산을 가르는 바라다(Baradā) 강을 가로질러 베이루트(Bayrūt)와 다마스커스(Damascus)를 잇는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헤르몬 산의 정상은 연중 대부분(8~9개월) 눈으로 덮여 있고, 그 눈이 녹은 물은 주로 동편의 요르단 쪽으로 급류를 이루어 다마스커스 분지로 흐른다.
헤르몬 산의 정상은 100km 밖에서도 보일 정도로 웅장하며, 산 정상에서는 북이스라엘과 시리아까지 조감할 수 있다. 북쪽으로는 안티레바논의 고봉들이, 북동쪽에는 다마스커스가, 남동쪽으로는 골란과 바산 지역, 남쪽으로는 길르앗 산지와 요르단 계곡, 갈릴래아 호수, 서쪽으로는 갈릴래아와 가르멜 산, 지중해, 북서쪽으로는 티레(Tyrus)와 레바논 산맥이 한눈에 들어온다.
헤르몬 산에서 빙하 작용은 나타나지 않지만, 대신 석회암 지대가 크게 침식하여 울퉁불퉁하고 흙이 많지 않으며 물의 흡수가 빠르다. 따라서 연 강우량이 1,500mm에 달할 정도이지만 삼림은 별로 울창하지 않고, 흡수된 물은 산기슭에서 샘으로 터져 나온다. 요르단 강을 이루는 세 개의 수원지 중 두 개가 이 산기슭에 존재한다. 또 기슭에는 전나무, 상수리나무, 각종 과일 나무가 빽빽하다.
극히 최근까지도 이 산에서 거주한 종족은 거의 없으나, 다만 가장 낮은 기슭에 소수 인종(드루즈족, 알라위족 등)이 살고 있었다. 1967년 6일 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시리아 영토였던 이 산의 남서부 기슭 약 100k㎡를 포함한 골란 고원을 점령하였다. 시리아군이 요르단 강의 수원지에서 나오는 물을 돌릴 운하 공사를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이곳을 자국의 위락 시설, 특히 스키장을 비롯한 겨울 스포츠 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명 칭〕 '헤르몬'(חֶרְמוֹן)의 어간은 셈어 'חרמ'으로 '(신성한 곳이기에) 금지된', 또는 '따로 구분된, 축성된'(아랍어 al-Haram은 성역[聖域]을 뜻한다)등의 의미를 갖는다. 고대 동방에서 높은 지역과 산은 신의 거처로 여겨졌다. 히타이트(Hittite)의 무르실리스 2세(Mursilis Ⅱ, 기원전 1321~1295)가 아모리 왕 두피 테숩(Duppi-Tesub)과 맺은 평화 조약을 보증하는 신들 중 사리야나(Sariyana) 신은 헤르몬과 동의어이다. 고대 근동 문헌에서 '헤르몬'이란 이름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헤르몬을 시돈인들은 시룐(Sirion)이라고 부르고, 아모리족은 스닐(Senir)이라고 불렀다"라고 전한다(신명 3,9; 1역대 5,23; 아가 4,8). 아직 논란 중이지만 이집트의 저주 문서(기원전 19세기), 히타이트, 우가리트, 아시리아 등의 근동 문헌을 보면, 헤르몬과 시룐, 스닐은 안티레바논 산맥 전체를 지칭하는 일반적인 지명으로 사용된 것 같다. 헤르몬 산을 아랍어로는 예벨 아쉬-샤이크(Jebel Ash-Shaykh, 우두머리 산), 예벨 알 탈리(Jebel al-Thalj, 눈의 산〔雪山〕)라 부른다.
〔유 적〕 헤르몬 산과 그 주변에서 조사된 신전의 수는 20개에 달한다. 이는 페니키아 해안에 소재하였던 신전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숫자로, 이 산이 고대로부터 가나안과 페니키아에서 천상의 신들에게 바치는 야외 제의의 중심지였음을 드러낸다. 성서에 나오는, 레바논 골짜기에 소재한 바알가드(בַּצַל גָּד, 여호 11,17)와 바알헤르몬(בַּצַל חֶרְםוֺן 역대1 5,23) 역시 대표적인 제의 장소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기원전 2세기 중에 바위를 깎은 사원들이 성역화되었는데, 발견된 토기로 보면 이두래아(Iturea)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두래아인(Ituraeans)들은 이 산 주변에서 기원전 2세기부터 서기 7세기까지 존속하였다.
헤르몬 산꼭대기에 있는 세 개의 봉우리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은 남서쪽 봉우리(카스르 안타르〔Qasr Antar〕: 아랍 전설에 나오는 흑인 영웅인 안타르의 요새라는 뜻)이다. 이 봉우리 기슭에 서기 1~4세기 건물로 추정되는 로마 신전 유적이 있다. 신전의 규모는 10×11m이며, 울타리를 친 이 성역에서 출토된 그리스어 비문에는 "가장 위대하시고 거룩하신 하느님께"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아마 예로니모(Hieronymus, 347~419)와, 1624년 유대인 여행가 랍비 게르손 베라비 엘리에젤(Gershon Berabbi Eliezer)이 언급한 그 신전인 것으로 추정된다.
〔성서에서의 언급〕 성서에서 헤르몬 산은 이스라엘 백성이 점령한 약속의 땅의 북쪽 경계이자(신명 3,8; 여호 12,1), 므나쎄 지파가 차지한 요르단 동편의 북쪽 경계이다(여호 13,11). 또 이 산은 우뚝 솟은 그 위용과 거대함,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 산과 연관된 고대 근동의 신들과 관련되어 소개된다. 예를 들면 시편 89장 13절에서처럼 갈릴래아의 타보르 산과 함께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는 산으로 소개된다. 그래서 중세에는 타보르 산 남쪽의 모래 언덕을 '소(小) 헤르몬 산'이라고 불렀으며, 또 "헤르몬 산에서 시온 산 줄기를 타고 굽이굽이 내리는 이슬"의 풍성한 양(시편 133,3), 사자와 표범이 우굴거리고(아가 4,8) 전나무와 송백나무가 울창한 곳이며(에제 27,5), "요르단 물줄기가 솟는 땅"(시편 42,7)으로 알려졌다. 또 크고 놀라운 주 하느님의 힘을 표현할 때, 주님의 목소리에 “시룐(헤르몬) 산이 들송아지처럼 뛴다"라고 적으면서 레바논 산과 구별하였다(시편 29,6). (→ 타보르 산)
※ 참고문헌 Rami Arav, 《ABD》 3, pp. 158~159/ M. Avi-Yonah ‧ E. Orni, 《EJ》 8, pp. 373~375. [李鎔結]

